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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잽코의 주저리 : 엘리트 체육과 학교폭력 그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연결고리에 대하여.

오늘은 러닝 외에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바로 최근 프로배구에서 시작된 체육계 학교폭력 이슈에 대한 내용인데요. 저 또한 학생선수시절 학폭을 당했던 피해자 중 한 명이기에 당시 제가 겪었던 에피소드를 몇 가지 이야기하고, 더불어 체육계 학폭의 근본적인 원인과 이유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차차 연재하고자 합니다.

 

본문의 내용은 10여년 전 제가 직접 겪은 경험과 보고 들었던 검증된 팩트를 기반으로 하였습니다만, 이를 해석하는데 있어 제 주관적인 생각을 많이 가미하였고 현시점엔 선수인권보호, 선수학습권 보장 등 정부차원에서 운영되는 여러가지 안전장치(개인적으로 실효성이 의심되지만)가 마련되었다는 점을 참고하시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어두운 이면과 관행적으로 내려오던 악습, 폭력을 가하는 가해선수들의 심리, 지도자들의 폭력에 대한 방관 및 조장하는 이유를 파고들어 조목조목 살펴볼 예정이며, 이어서 피해선수들이 학폭이라는 괴물에게 노출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가해선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생선수를 학폭괴물로 만드는 나쁜 어른들

 

먼저 제 글의 논지가 '모든 지도자=악당' 혹은 '팀내 에이스=학폭 가해자'라는 흑백논리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분명 훌륭한 지도자분들이 계시고, 경기력과 인성 모두 뛰어난 선수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본문의 가장 큰 주제는 '몇몇 나쁜 어른들이 잘못된 교육으로 인격적으로 덜 다듬어진 어린 학생선수들을 망친다는 것'임을 강조드리며, 앞서 말씀드렸듯이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의견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도자들의 '폭력을 학습'하는 학생선수들

 

저는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학생선수들이 '학폭괴물'이 되는 이유는 곧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이 오랜시간 동안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학생선수들에게 폭력을 가해왔고, 이를 학생들이 보고 배웠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당시 훈련중 선수들이 약간의 실수를 하거나 지도자가 원하는 퍼포먼스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무자비한 폭력에 당하곤 했는데, 예를 들어 제 주종목인 육상 장거리 같은 경우 인터벌 훈련중 정해진 랩타임을 초과했을 때 말 그대로 선생님들한테 '1초당 한 대씩' 맞곤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지도자들 기분이 안 좋은 날엔 그 정도가 심해져 달리는 도중 뒷통수나 뺨을 맞기도 하고 심지어는 넘어질 정도로 세게 발로 차이는 경우도 있었으며, 단거리부 친구같은 경우 코치가 스타팅 블록에 원산폭격을 시키고 발로 머리를 차서 이마가 찢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억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저는 아직까지도 엘리트 체육하면 '폭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폭력의 정당함에 대한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학생선수들

 

물론 지금은 각 시도 교육청별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및 인권보호 조례라는 안전장치가 있어 이러한 폭력사건이 적발되면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가해 지도자 및 선수들은 징계를 받고 도가 지나칠 경우 영구제명 처리됩니다. 하지만 제가 현역일 당시만 해도 관련제도나 폭력 예방교육이 유명무실하여, 지도자들이 폭력을 가하더라도 솜밤망이 처벌을 받거나 몇 달 근신하다가 돌아오는 일이 태반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지도자들의 가스라이팅으로 대부분의 학생선수들이 지도자들이 가하는 폭력을 잘못된 일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즉, 맞을 때 마다 '니가 잘못했으니까 맞는게 당연한 거야.'라는 말을 계속해서 주입당하다 보니 폭력을 목격하더라도 '쟤는 도대체 선생님한테 맞을 짓을 왜 하는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린듯이 자신 혹은 동료 선수들이 당한 폭력을 미화하고 정당화했다는 뜻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때문에 인성이 덜 다듬어진 몇몇 학생선수들이 유년기 때부터 '폭력은 권력을 가진 자가 정당히 행할 수 있는 권리'라는 잘못된 개념을 갖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는 누군가 잘못한다면 폭력을 가해도 정당하다라는 프로세스로 이어져 '후배들의 기강을 잡는다'라는 명분 아래 학교 운동부 선후배 간의 폭언 및 폭력, 괴롭힘을 조장하고 정당화하는 악습으로 오랫동안 이어졌고, 이러한 성향을 가진 학생선수들은 성인이 되서도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못했기 때문에 최근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이 터졌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생선수들 간의 폭력을 부추기는 지도자들

 

나아가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운동부 지도자들이 '선수들 간의 폭력을 유도하고 부추겼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학교 운동부 내 '단체기합'과 '내리갈굼' 문화입니다.

 

먼저 단체기합은 모두 알고 계시듯이 옛날 군대처럼 개인의 잘못을 전체에게 전가하여, 잘못이 없는 선수들까지 모두 얼차려 또는 폭언, 폭력을 당하는 것이며, 내리갈굼은 지도자가 '후배 관리를 잘못했다'는 명분으로 후배선수의 잘못을 선배선수에게 전가하여 폭력을 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선배선수들에게 '후배들 기강이 해이해졌으니 좀 잡으라며' 직접적으로 폭력을 교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때 아무 잘못 없이 덩달아 맞은 동료선수들은 '내 잘못이 아닌데 왜 내가 맞아야 하지?'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저 새끼가 잘못해서 괜히 우리까지 다 맞는거야!'라는 분노로 왜곡된 결론을 짓게되고, 그렇게 대역죄인이자 분노의 대상이 된 후배선수는 선배들에게 다시 '내리갈굼' 당해 재차 폭력을 당하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당시 지도자들은 '폭력을 효과가 가장 빠른 교육수단'이라 믿었던 것 같습니다. 불편하지만 사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피해선수는 자신 때문에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는 죄책감, 두려움 등으로 위기의식을 느껴 잘못된 행동을 최대한 빨리 고치기 위한 액션을 취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도자들에겐 즉각적인 피드백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도를 지나친 부정적 강화는 교육이 아닌 피해선수에게 모멸감을 주고 동료선수들의 따돌림을 유발할 수 있는 아주 비겁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이며,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라 생각합니다.

 

사실 큰 범위에서 보면 폭력을 행한 가해선수들도 피해자에 속합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운게 폭력이고 경험상 내가 다시 맞지 않기 위해선 다른 선수들을 때려야 한다 생각했으며, 때론 지도자들이 후배들을 때리라고 직접 주문까지 했었기 때문입니다.  


가해선수가 오히려 특권을 가지는 기형적인 학교 운동부 시스템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과정 속에서 몇몇 인성이 덜 된 학생선수들이 동료선수들을 괴롭히고 때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못 느끼는 것을 넘어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어이 없게도 이런 가해선수들은 지도자들의 신임을 받게 됩니다.

 

동료들을 괴롭히고 때리는 가해선수들이 오히려 신임을 받다니 잘 이해가 안 가시죠? 왜냐하면 지도자들은 그런 애들이 팀의 기강을 잘 잡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자면 예전부터 학교운동부 주장은 '싸가지 없는 놈'을 뽑아야 한다라는 불문율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주장선수들이 나빴다는 건 아니지만, 몇몇 지도자들은 폭력적인 성향의 선수에게 주장 혹은 군기반장이라는 완장을 채워주고 '암묵적으로 지도자가 허락한 합법적인 폭력'을 후배선수들에게 가하게 하며 이른바 '공포정치'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처럼 후배선수들의 생활관리를 도맡았고, 이들은 만약 후배선수들이 팀내 규칙을 위반하거나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을 시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고, 대부분 군기반장을 맡은 가해선수는 경기력 또한 출중하였기에 지도자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팀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곤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훈련장에서 가해선수의 말 한 마디에 후배들은 벌벌 떨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고 또 이런 모습이 지도자들이 원하는 '기강 잡힌 모습'이었기에 잘했다고 칭찬까지 받으니 가해선수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지기 마련이었습니다.

 

이렇게 폭력이 조장, 방관되는 학교운동부 상황 속에서 피해선수들의 선택지는 오직 기약 없이 견디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폭력을 견디지 못한 피해선수는 체육계를 떠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입니다. 참 얄궂은 현실이지요.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가해 선수들의 이러한 업보는 경주시청 철인3종팀 사건 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철 없이 똑같은 짓을 반복해 문제를 일으키거나, 프로배구 학폭사건 처럼 피해자들의 폭로로써 그들의 만행이 만천하에 밝혀져 언젠가는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부록 : 그 때 그 개새끼들 [1]

 

제가 겪거나 주변에 있던 에피소드 몇 가지를 예로 꼽자면 제일 악질이던 선배는 다음날 40km 거리주를 앞두고 일찍 자고있는 친구를 깨워 '감히 선배 보다 먼저 잤다는 이유'로 자기가 쓰던 족욕기를 밤새 머리 위로 들게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하고,

 

또 부상으로 훈련을 하지 못하는 후배를 낫게 해준다고 펄펄끓는 물이 가득한 욕조에 강제로 다리를 넣게 한 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재밌다고 히죽 거리는 등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보기엔 어려울 정도로 가학적인 행위를 즐겼으며, 시종일관 폭력을 휘두르고 저희들을 괴롭히곤 했습니다.

 

참.. 선배라는 말 쓰기도 아깝지만, 이 선배는 종종 자기 입으로 유년시절 자신을 때렸던 지도자들에게 당했던 일들을 무용담처럼 자랑하고 심지어는 자신을 때렸던 가해 지도자를 찬양하며, '배운 그대로' 저희 동기들을 괴롭혔습니다. 즉 이 선배는 본문에서 설명한 지도자에게 당한 폭력을 학습한 가해선수의 스테레오 타입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선배와 같은 기숙사 호실을 쓰던 친구가 괴롭힘을 도저히 견디다 못해 당시 지도하시던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다음날 새벽훈련 끝나고 종례할 때 뜬금없이 "선배는 후배들을 사랑해야하고, 후배는 선배들을 존중해야 한다. 자, 다 한번 씩 안아봐"라는 멘트 후에 선후배들 끼리 프리허그(?)를 시키는 참, 지금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습니다.

 

본디 지도자의 역할은 학폭사건이 터지면 가해자의 잘못과 관련된 자초지종을 파악한 뒤에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가 사과를 받게 한 뒤 향후 2차 가해를 방지하고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 반복되지 않도록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 알고 있었고 그렇게 해주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 당시 기분이 담긴 싸이월드 다이어리. 아마 이거 올리고 처맞았던 것 같다.

그런데 참, 어영부영 넘어간 것을 넘어 고작 내린 조치라는게 껴안기라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었고, 나아가 이후에 선배들이 '어떤 새끼가 찔렀냐'며 추궁하고 더 괴롭힐 것이 빤히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친구들끼리 모여 "씨발, 장난 치는 것도 아니고.."하면서 한탄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히 떠오르는 것 같네요.

 

추측하자면 아마 그 선배가 팀내에서 내로라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고 동시에 앞서 말씀드린 '주장'역할 또한 맡았기 때문에 당시 선생님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고, 외람된 이야기지만 그 선생님도 소위 '한 주먹 하시던 분'이었기 때문에 성향상 사태를 가볍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 전지훈련 당시 사진. 참, 이렇게 커여운 애들 때릴 데가 어딨다고..

결국 참다 못한 그 친구는 제주도 전지훈련 당시 자유주 훈련(*코스 상관 없이 자유롭게 시간만 채우고 돌아오는 달리기 훈련)날에 몰래 비행기표를 끊어 놓고 트렁크를 화장실에 미리 숨겨 놓은 다음, 운동가는 척 공항으로 가서 자기네 집으로 도망가는 미션임파서블을 방불케하는 탈출작전을 펼쳤고 끝내 성공했습니다.

 

한 놈이 없어지니 당연히 팀은 발칵 뒤집혔고, 그제서야 그 친구를 괴롭힌 선배는 선생님들께 추궁당하고 질책받게 되었습니다. 크게 혼난 그 선배는 몇 달간 은둔생활 하듯 훈련시간 외에 칩거하며 우리를 피해다녔습니다.

 

나중에 이탈했던 친구가 돌아왔을 때 뻔뻔스럽게도 피해자인 제 친구를 욕하며 끝까지 자기가 한 짓이 정당하다며 주변에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하고 다니며 치를 떨게 하더니, 몇달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다시 애들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시 뼈져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 인간이 어떻게 되었냐구요? 도박으로 전재산 탕진해서 형편은 말이 아니고, 시합장에서 저희랑 마주치면 두들겨 맞을까봐 오히려 피해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오래전에 후배에게 들었습니다. 뭐, 나름 정의구현이라할 수 있겠네요!

 

그그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부록으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 시절 학생선수들이 학폭괴물이 되고 결국 심판 받게되는 6단계 프로세스

 

주제가 불편하고 어려운 만큼 마지막은 제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환기시키며 마무리했습니다만, 이제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10여년 전 학생선수들이 지도자들이 일삼던 폭력을 학습하게 되어 파국에 치닫게 되는 과정을 총정리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지도자들이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은 뒤 가스라이팅을 하여 선수들은 자신이 당했던 폭력을 미화하거나 정당화 함.
  2. 이 때문에 몇몇 인성이 덜 된 선수들에게 '폭력은 권력을 가진자가 정당히 행할 수 있는 권리'라는 잘못된 개념이 생김.
  3. 선수들간 증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의 '단체기합'과 '내리갈굼' 행위.
  4. 팀내 기강을 잘 잡는다는 명분 아래 폭력을 가하는 가해선수를 지도자들이 암묵적으로 옹호함.
  5. 폭력이 난무하고 나아가 조장, 방관되던 학교운동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피해선수들은 결국 그만두게 됨.
  6. 하지만 가해선수는 진실을 가릴 수 없는 현대 시대 속에서 언젠가 반드시 심판 받게 됨.

최근들어 전국민을 분노케하는 연예인, 유튜버, 운동선수 등 공인에 대한 학폭스캔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습니다. 문뜩 여러분께 학교운동부 내 폭력이 이루어지게 되는 배경과 원인을 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장황하게 글을 썼지만, 결론은 학생선수간 폭력의 9할 이상이 지도자 잘못이며 일련의 과정은 위 처럼 6단계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른들 잘못이라는 뜻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본문의 이야기는 10여년 전 제 현역시절 이야기 이며, 현시점엔 학생선수 인권보호 조례라는 안전장치가 있어 학폭문제는 많이 개선 되었고 근절되는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시로든 '나쁜 어른'과 가해선수들은 일부일 뿐이며, 여러 훌륭한 지도자분들과 인성이 훌륭한 선수들 또한 굉장히 많다는 점 또한 기억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끝으로 축구선수 출신이었고, 스포츠 기자를 거쳐 지금은 KBS국장이 되신 정재용국장님께서 쓴 책인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의 글귀에 담긴 메세지와 함께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폭력과 수업 결손, 승부 조작, 부정 입학 등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면서도 가슴속엔 아쉬움과 좌절감이 쌓여간다. 한국 스포츠는 지엽적인 비판과 표피적인 고발만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깊이 곪아 있었다. 기사를 쓰면 쓸수록 "아무리 그래봐야 소용없어", "그래봐야 비리가 사라지진 않아. 더 은밀하게 이뤄질 뿐이지"라는 비아냥거림만 돌아오는 것 같았다. 

 

한국의 권위적인 스포츠 시스템은 단지 스포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가 결합된 한국 현대사의 모순 덩어리였다. 그렇게 스포츠 개혁의 꿈을 안고 KBS에 복직한 것이 지난 2006년, 해법은 간단했고 전략은 단순했다. 해법은 "기존의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략은 "미디어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구체적 대안 제시 그리고 정부, 체육계와 전략적 협조를 통한 정책 실현"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핵심을 빌려서 제 생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학생선수간 폭력을 비롯한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표피적인 고발이 아닌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구체적 대안 그리고 정부, 체육계(굳이 더하자면 교육계도)의 전략적 협조를 통한 정책실현을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정재용 국장님의 스포츠 변혁 프로젝트 덕분에 오랜시간 동안 알면서도 쉬쉬하던 학교운동부 내 폭력과 성폭력, 수업 결손 등이 이슈화 되어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및 인권조례라는 안전장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주시청  집단 가혹행위 사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지금까지 일어나는 것 보면 이것 또한 유명무실 한 것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이 논리라면 우리나라 고3 수험생들은 모두 전투민족 싸이어인이 되어야 한다.

 

만약 경주시청 사건의 가해자들이나 흥국생명 쌍둥이가 유년 시절 좋은 지도자를 만났다면 폭력이 잘못된 행위임을 깨닫고 일찍이 개과천선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결정적으로 우리나라 체육계 최고 권위있는 기관이라는 대한체육회에서 내놓는 이야기가 저 따위인 것을 보면서 아직 체육계 꼰대들의 생각은 썩어 있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체육계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에 비록 작지만 저부터 행동을 시작하려 합니다.

 

먼저 본문의 학생선수 간 폭력 처럼 '체육계의 어두운 면에 있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정확히 모르는 일들'의 원인과 이유 조목조목 파헤쳐 나 가 여러분께 알리고자 합니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것은 지도자들의 인사, 명예, 부를 위해 착취 당하던 학생선수들의 이야기, 그리고 마치 조직폭력배와 같이 카르텔화된 체육계 문화 이야기 등이 있으며 차차 관행이라는 변명으로 썩은채 내려오는 체육계 악습을 공론화 시키려 합니다.

 

여담이지만 학생시절 기다리던 최고학년이되어 지금껏 행해지던 폭력 등의 악습을 없애고자 하였는데 이를 나름의 특권이라 여겼던 친구들과 의견 마찰이 있어 결국 악습을 전부 없애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느낀 점은 세상을 바꾸려면 나만 해서는 안 되고 모두를 설득하고 바꾸려 노력해야한다는 점이었어요.

 

비록 모두의 마음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제 글을 읽고 여러분께서 국내 체육계의 악습철폐와 피해자 구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